자유
피아노를 관둔 후, 한달
circle 나부랭이 3년, 9개월전
이 글이 피아노를 그만둘까 고민하시는 분들께 도움이 됐으면 좋겠어요. 전 10대 여학생이에요. 우선 제가 피아노를 그만둔 이유부터 말씀드릴게요. 작년에 예술학교 편입시험을 보면서 부모님과 트러블이 많았어요. 저는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 부모님 눈에는 성에 안찼나봐요. 결국 편입시험은 떨어졌고 A 학원을 한달정도 다니다가 B 학원으로 옮겼어요. (A 학원은 전공 시작부터 다니던 학원, B 학원은 옮긴 학원이에요.) 선생님 레슨 방식이 맘에 안드는 이유도 있었고 연습실 관리를 학생들에게 많이 시키셨거든요😅 B 학원은 상당히 빡센 학원이었어요. 쉬는시간, 점심시간을 정해주고 그동안은 나올 수 없으며 핸드폰을 반납하고 연습실엔 물, 악보, 메트로놈, 시계 이외엔 아무것도 들고 갈수가 없었어요. 물론 등원, 하원 시간도 정해진 대로 항상 해야했고 학원의 모든 곳에 cctv가 있었어요. 그래도 예술학교 합격은 거의 100%에 가까웠어요. 하지만 핸드폰 사용도 안되고 잠을 깰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어서 학교를 가는 날엔 많이 졸았어요. 그렇게 한달을 다니다가 피아노를 관둬야겠다는 확신이 들었고 부모님께 말씀 드렸어요. 그 전까진 그냥 가볍게 생각하다가 이젠 진짜 정해야겠다 싶었거든요. 장단점을 따져봤더니 장점이 훨씬 많았구요. 이틀 후에 학원 선생님이랑 상담을 했어요. 선생님께서 그동안 노력해서 이제야 출발선에 섰는데, 그만한다고 하면 어쩌냐고. 이제 원장쌤 레슨도 들어가고 좀 달려보려는데 출발선에 서서 나 안할래요 이러는거랑 같다고. 선생님은 앞으로 ㅇㅇ이랑 할 공부를 다 짜놨는데 선생님한테 그걸 해볼 기회를 달라고 하시더라구요. 그 순간 아차 했어요. 상담 받으러 갈때 난 누가 뭐라고 해도 절대 내 결정 안바꾼다고 생각하고 갔거든요. 이미 마음을 결정하고 얘기한거였기에.. 한마디로 얘기하면 그냥 통보였죠. 상의가 아닌 일방적인 통보. 집 오는길에도 고민을 해보고 조금만 더 해볼까 했는데 어차피 1년을 넘게 고민한 일이였기에 결정은 바꾸지 않았어요. 그만둔 이유를 한마디로 정리한다면 피아노가 싫어서.. 라고 할 수 있을거같아요. 다른 친구들처럼 평범한 일상을 누리고 싶은 이유도 컸고, 돈 문제도 있었고, 제가 예술학교 학생들에 비해 그리 잘치는 편도 아니었구요. 음악을 좋아하긴 했지만 클래식 쪽이 아닌 실용쪽에 더 가까웠던 것 같아요. 그렇게 하루아침에 피아노를 안가게되니 마냥 행복해요. 지금도 여전히 행복하고 가끔씩 피아노 치면서 지내요. 근데 신기하게 클래식을 안치니까 또 클래식이 다시 좋아지더라구요. 진짜 신기하죠?😊 지금은 약사라는 꿈 갖고 열심히 공부하고 있고 네일도 할 수 있고, 다른 친구들과 비슷한 일상으로 돌아와서 너무 행복해요. 전 피아노 하면서 네일이 제일 해보고 싶었거든요. 네일 해보는게 꿈일정도로.. 지금은 일분일초가 다 너무 주옥같아요. 피아노 관두고 친구랑 이쁘게 꾸미고 전시회를 가는데 그렇게 떨리고 행복할수가 없어요. 7살때 피아노 처음 시작해서 단 한번도 관둔적 없었어요. 이렇게 피아노 안치니까 너무 후련하면서도 아직 마음 한켠엔 조금의 미련? 아쉬움? 그런게 좀 있어요. 제가 마지막으로 학원을 나올 때 선생님께서 "꼭 훌륭한 약사 돼서 선생님한테 좋은 약 지어줘야해~" 이렇게 말씀하셨는데 가장 기억에 남고 꼭 약사 돼야겠다는 생각을 다시한번 하게 됐어요. 전 피아노 관둔거 후회하지 않고 앞으로도 후회하지 않을 예정이에요. 혹시 궁금하거나 고민되는거 있으시면 다 물어보세요!! 긴글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하고 모두 코로나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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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리히터줏대감 2020년 8월 21일 1:18 오전

화이팅입니다! 건강이 최고입니다! 피아노를 젓가락이나 숟가락 쓰는 방법처럼 자주 익혀두기만 해도 평생 함께하는 친구(?)가 생기는 거에요, 기왕 배우셨던 거 아예 까먹지 않도록 한달에 세네번 정도 길지 않게 손 풀어두셔요. 언젠가 취미로 급 땡길때 손안돌아가면 엄청 억울하더라구요... 저는 애 키우랴 직장 옮기랴 핑계로 몇년을 가까이 못했더니 손가락 워밍업하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걸려서 답답하네여-,.-;;; 코로나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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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지력상승중 2020년 8월 21일 8:47 오전

고생많이 하셨어요 글에서 아쉬움이 뚝뚝 묻어나오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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