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2월 12일 - 2026년 2월 14일
2026년 2월 12일, 2026년 2월 14일
02-3668-0007
약 1시간 30분
최아련, 이승희, 양은경 등
[시놉시스]
네 명의 작곡가가 비극(悲劇)적인 소재로 음악을 만들며 비극 tragedy과 non-tragedy의 사이에서 본질적인 인간의 감정에 질문을 던진다.
작품 1: 검은 바다(신지수 작곡)
[장소] 1973년 8월, 칠흑 같은 어둠이 깔린 용금호의 선실 내부. 습기 찬 나무 바닥과 녹슨 쇠사슬 소리만이 들리는 폐쇄적인 공간.
등장인물: 김대중(테너)
[상황] 납치된 '김대중 선생'은 두 눈이 가려지고 사지가 결박된 채 차가운 바닥에 방치되어 있다. 배의 엔진 진동은 심장 박동처럼 불규칙하게 울리고, 간헐적으로 들려오는 파도 소리는 곧 들이닥칠 죽음의 예보처럼 들린다. 그는 이제 곧 자신을 집어삼킬 차가운 바다를 직감하며, 생사의 경계에서 억눌러왔던 인간적 고뇌를 쏟아낸다. 보이지 않는 공포와 육체적 고통, 죽음을 앞두고 수면 위로 떠오르는 파편화된 기억들과 두려움, 두고 온 가족에 대한 미안함, 그리고 꺾이지 않으려 했던 신념이 뒤섞인 혼란스러운 감정, 알 수 없는 죽음의 시간을 기다리는 허무와 황량함을 극도로 억압된 목소리로 노래한다.
작품 2: half face (임찬희 작곡)
I. 의미의 얼굴
II. 무의미의 얼굴
half face는 인간의 분열과 불완전성, 그리고 다양성과 동일성에 대한 작품이다. 얼굴의 절반이라는 상징을 통해 감정적, 신체적, 심리적, 문화도덕적 이중성을 고찰한다. 또 서로의 차이를 완전한 다양성으로 존중하지 못하는 불완전한 인간임을 인정한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 차이를 넘는 차별, 분쟁을 넘은 분노와 혐오의 시대임을 수용한다. 수용한다? 사랑의 바깥에는 미움이 있을까. 미움 바깥에는 사랑이 있을까. 나의 얼굴 안에 자리한 수많은 인간적임을 들여다본다. 들어본다. 나와 타인의 half face의 만남으로.
작품 3: The Song II (최혜연 작곡)
바닥에 봉지들이 놓여 있다. 어떤 것은 쓰레기이고, 어떤 것은 봉투일까. 그 구분을 망설이는 순간, 정체성은 사물과 시선 사이를 오간다. 무대 위의 목소리는 노래일까, 소음일까. 말하려는 시도일까, 이미 실패해 남겨진 흔적일까. 호흡은 끊기고 숨소리는 과장되며, 속삭임과 침묵은 같은 무게로 공간에 남는다. 각자는 저마다의 사랑을 노래하고 무언가를 향해 열심히 산다. 흔들리고 좌절하며 깨지고 넘어진다. 이루어졌을까.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곳에서 다시 집중한다. 호흡이 더해지고, 심장박동 같은 규칙적인 울림이 천천히 공간을 채운다.
작품 4: 잿빛눈의 소녀-만티코어 (정세훈 작곡)
만티코어는 강한 존재를 유혹하여 함께 파멸하려는 괴물이다. 상처입은 소녀 엘리사의 공허를 입고, 영웅 테오필로스라는 파멸의 표본을 찾아내어, 영원한 허무 속으로 함께 가라앉는다.
ACT I : 거짓된 낙원과 깨진 항아리
기원전 4세기, 알렉산더 대왕의 침공으로 멸망 직전의 티레 왕국. 왕 아제밀쿠스는 탈출을 위해 자신을 닮은 좀도둑 에슈문과 알비노 여인 아나트를 대역으로 세운다. 살아남기 위한 연극 속에서, 아나트는 친딸에게 치사량에 가까운 독초를 먹이고 만다. 전쟁의 광기 속에서 살아남은 그녀는 장애를 얻은 딸 엘리사를 데리고 숨어 산다.
다락방에 유폐된 엘리사는 바깥세계를 동경하지만, 어머니는 “약한 너는 어차피 나갈 수 없다”며 딸의 인식을 통제한다. 엘리사는 부모와 민중, 침략자까지 모두가 생존과 탐욕을 위해 서로를 죽였음을 깨닫고 깊은 공허에 빠진다. 그 틈으로 고대의 존재 만티코어가 스며들고, 엘리사는 육신을 내어주어 잿빛 눈의 소녀 리제로 다시 태어난다.
ACT II : 부서진 영웅과 잿빛 눈의 소녀
먼 미래. 소년 테오는 광기에 사로잡힌 어머니 애그니스에게 학대받다, 배다른 동생들의 살해와 자살을 눈앞에서 겪는다. 트라우마로 자아를 상실한 그는 국가 기관에 의해 초능력 영웅 ‘테오필로스’로 개조되어 인류를 위해 소모된다. 끝없는 복종과 희생 끝에 남은 것은 조롱과 배신뿐이었다.
지구인들에게 쫓겨 시공간을 넘어 중세의 티레로 추락한 테오필로스는, 수천 년간 자신을 찾아온 리제를 만난다. 탐욕을 드러내는 마을 사람들을 도륙하는 리제와, 분노 속에서 폭주하는 테오. 마지막 순간, 만티코어는 그의 파괴를 거부하지 않고 끌어안는다. 가장 뜨거운 분노와 가장 차가운 허무가 맞닿으며, 두 존재는 함께 영원한 안식 속으로 침잠한다.